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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 소설 리뷰

일상책방 2024. 6. 14.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는 제목이 내용을 암시하는 작품이다.  분량은 중편에 가깝지만 키건은 중편 소설의 호흡이 아니기 때문에 긴 단편 소설이라고 했다. 

 

이 소설은 단순하지만 감동적인 내용으로 국내외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이번 글에서는 「맡겨진 소녀」의 줄거리와 주요 테마,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맡겨진 소녀 책표지

 

 

1. 작가 소개

 

클레어 키건은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아 학부생을 가르쳤고,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디언>은 키건의 작품을 두고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 하고 평한 바 있다. 이는 그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얇고 예리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작품으로는 「맡겨진 소녀」 「남극」 「이처럼 사소한 것들」 「푸른 들판을 걷다」가 있다.

 

2. 한 줄 요약

 

친척집에 맡겨진 한 소녀가 가족의 따뜻함을 배우고 성장하는 이야기

 

3. 줄거리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인 소녀는 막냇동생이 태어나자 먼 친척집에 맡겨지게 된다. 주인공 소녀는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낯선 사람들에게 가족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4. 주요 테마와 메시지

 

1)  가족과 사랑의 의미

 

「맡겨진 소녀」는 가족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따뜻한 보살핌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시킨다. 무심하고 거친 아버지, 살림과 육아에 지친 어머니, 위로 언니 둘, 아래로 남동생, 거기다 막 태어나게 될 막냇동생 사이에서 소녀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엄마의 출산을 앞두고 소녀는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에게 맡겨지는데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느끼는 보호받는 감정과 따뜻한 돌봄은 소녀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부모의 역할과 따뜻한 보살핌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2) 성장과 자아 발견

 

소녀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바르게 대답하는 법부터, 책 읽는 법, 배려하는 법 , 말을 아끼는 법 등 킨셀라 부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한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소녀는 자아를 발견하고 성장하며 독자들은 소녀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3)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

 

「맡겨진 소녀」는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 소녀를 돌보는 킨셀로 부부를 통해서는 인간의 따뜻함과 배려심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가 첫날밤 침대에 오줌을 싸도 모르는 척 습한 방에 재운 자기 잘못이라고 말하는 아주머니나, 바깥일을 하고 들어와 자연스럽게 식사 준비를 같이 하고 소녀에게 매일 우편함까지 달리기를 시키며 시간을 재주는 아저씨. 소녀는 이런 사소한 행동들과 자신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에게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따뜻함을 느끼고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는다.

 

이를 통해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5. 마무리

 

「맡겨진 소녀」는 아일랜드의 작은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녀의 아빠가 아이를 데려다주는 내용부터 시작되어 마지막은 소녀가 아빠를 부르는 말로 끝난다. 소녀가 부르는 아빠는 여름 내내 자신을 돌봐준 킨셀로씨인지 아니면 진짜 자신의 아빠인지 독자의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나는 소녀가 경고하는 사람은 지팡이를 들고 달려오는 아빠일 것이고, 소녀가 부른 아빠는 자신과의 헤어짐을 슬퍼하는 킨셀로씨로 해석했다.

 

킨셀로씨 부부는 나이가 많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만 자신들이 키우던 개로 인해 아들을 잃은 아픈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소녀는 몰랐으면 좋았을 사실을 이웃 아주머니로부터 듣게 된다. 킨셀로씨는 말한다. "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다"라고

 

주인공 소녀가 킨셀로씨에게 칭찬받는 이유도 말과 관련이 있다. 그는 이웃에게 소녀에 대해 "해야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는" 아이라고 칭찬한다.  이웃의 아픈 비밀을 떠벌리는 이웃 아주머니와 아주 대조적이다. 소녀는 아이이고 아웃 아주머니는 어른인데도 말이다. 

 

킨셀라 부부는 살갑지는 않지만 아이를 향한 애정 어린 보살핌은 소녀에게 서서히 전달된다. 부부는' 소녀와 함께 일상을 공유하며 따뜻함을 전달한다. 소녀를 맡기고 가면서 짐도 안 내려주고 급하게 떠난다거나, 소녀가 감기에 걸려 돌아오자 소녀를 잘 돌보지 못했다며 킨셀라씨를 타박하고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소녀의 아빠와는 천지차이이다. 소녀의 아빠는 조심성이 없고 무책임하며 무례하게 느껴진다. 무례한 아빠와 따뜻한 아저씨 사이에서 소녀는 깨닫게 된다. 아빠의 정을 말이다.

 

키건은 소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리며 소녀의 내면 세계를 담담하게 풀어 나간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소녀가 부른 평범한 "아빠"라는 한 마디가 먹먹하게 가슴에 오롯이 새겨진다.

 

관심과 사랑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우러나야 하며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뼈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일임을 조용하게 각인시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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