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일상책방 2024. 6. 10. 19:46

낯익은 제목이지만 책으로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목의 의미를 알면 이 책의 내용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1927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치정사건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불륜을 저지르고 정부와 함께 남편을 살해한 사건은 그해 타블로이드판 신문에서 가장 선정적인 기사였다. 남편 몰래 남편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후 보험 지급증서를 자신에게 직접 배달하라고 우편배달부에게 지시했는데 초인종을 두 번 울리는 것이 그 신호였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책표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책표지

 

 

 

1. 작가 소개

 

제임스 M케인(1892~1977)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태어났다. 워싱턴 대학을 졸업하고 볼티모어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다 뉴욕으로 이주해 희곡을 발표했다. 파라마운트사로부터 시나리오 작가를 제의받고 할리우드로 진출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첫 소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이 작품은 영화, 희곡, 오페라 등 현재까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2. 한 줄 요약

 

프랭크와 코라가 잘못된 욕망으로 닉을 살해하고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

 

 

3. 줄거리

 

빈털터리이자 떠돌이 프랭크는 고속도로 근처의 간이식당에 잠시 들러 주문을 하던 차 일손이 필요하다는 식당주인 닉의 제안으로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프랭크는 닉의 아내인 코라에게 첫눈에 반하고 코라 역시 그리스인 남편 대신 백인인 프랭크를 마음에 두고 둘은 닉을 피해 밀회를 즐기다 급기야는 닉을 살해하게 된다.

 

둘은 서로의 사랑을 믿지만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가장 행복할 순간에 둘의 관계는 파탄에 이르면서 결국 파국을 맞는다.

 

4. 등장인물

 

프랭크

 

떠돌이 부랑자.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가다 코나를 만나게 된다. 간이식당에서 일하는 목적은 오직 코라때문이다. 코라와 밀회를 즐기고 함께 떠나길 원하지만 번번이 코라의 반대에 부딪친다. 똑똑한 것 같지만 어설프기 그지없는 즉흥적인 성격의 소유자.

 

코라

 

간이식당 안주인. 닉과는 사랑 없는 결혼으로 불행한 생활을 하던 중 프랭크와 불륜에 빠진다. 자신이 백인인 걸 중요하게 생각하며 프랭크에게 매료된다. 프랭크와 짜고 남편 닉을 살해하는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간이식당 주인. 프랭크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던 인물. 프랭크와 코라의 사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프랭크를 믿고 의지하는 인물. 프랭크가 식당을 나간 후 우연히 만났을 때도 다시 일자리를 제의하고 결국 프랭크와 코라에 의해 살해된다.

 

5. 마무리

 

누아르 소설을 선호하지는 않는데 책을 잡은 순간 놓을 수가 없었다. 누아르란 프랑스어로 검은색을 뜻하며, 누아르 소설은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면서 도덕적 모호함이나 사회적 모순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일종의 장르물을 말한다.

 

알베르 카뮈는 이 작품에서 「이방인」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이방인」에서 살인은 우연에 가깝지만 한 번에 성공한 반면,이 작품에서는 치밀한 듯 보이지만 어딘가 어설프고 허점투성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또 다른 좋은 작품에 영감을 주어 서로 이어지게 만드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두 주인공 프랭크와 코라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도배된 욕망과 범죄라는 현실 앞에서 올가미에 걸려 발버둥 친다. 사랑의 자유를 꿈꾸며 살인이라는 범죄까지 저질렀지만 그들의 삶은 자유로운 삶과는 정반대였다. 인과응보이다.

 

애초에 프랭크와 코라는 가치관이 달랐다. 프랭크는 떠돌이 생활만 했기에 한 곳에 정착하고 사는 삶에 대해 익숙하지 못하고, 반대로 코라는 프랭크와 무작정 길을 떠났을 때의 삶이 어떨지 잘 알고 있다.

 

코라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닉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한 것도 닉이 가지고 있는 간이식당이 그녀의 삶에서는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역 미인대회에서 우승했지만 할리우드에서 단역만 하다가 결국 식당에서 설거지나 하던 그녀에게 닉이 차고 있던 비싼 시계는 자신을 구원해 줄 동아줄과 같았다. 

 

비록 지금도 여전히 주방에서 일하지만 식당 종업원과 안주인의 입장은 많은 차이가 있고, 코라는 닉을 떠났을 때의 끝이 결국은 예전의 시궁창 같은 현실임을 익히 알고 있기에 닉을 살해하고도 간이식당을 떠나지 못한다. 

 

프랭크는 코라를 사랑하기는 했을까? 조금 의문이긴 하다. 그의 사랑은 진실됨보다 육체적 욕망에 눈멀어 시작되었기에 사랑이라고 부르지만 알맹이가 빠진 것처럼 욕망만 가득해 보인다. 코라 또한 프랭크가 젊고 잘 생긴 백인이 아니었다면 그의 사랑에 응답했을까 싶다. 

 

두 인물의 사랑은 육체적 욕망으로 시작되어 자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결국은 살인에 이르면서 서로를 배신하게 된다. 서로의 배신은 끊임없는 의심으로 이어지게 되고,  모든 혐의를 벗고 진정 자유로워진 순간에 둘의 관계는 가장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그들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로 가장 잔인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욕망에만 충실한 채 도덕성을 상실했을 때 우리의 삶이 어떻게 파멸되는지 독자들에게 몰입감 있게 전달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현재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으며, 사랑과 욕망 범죄와 처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하여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