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베스트셀러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일상책방 2024. 6. 17. 21:13

일전에 신문에서 이 책의 이름을 처음 접했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었는데 오랜만에 한국 소설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거니와 낯익은 이름의 작가라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8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 대해 리뷰하고자 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이토록 평범한 미래

 

 

1. 작가 소개

 

김연수(1970년~) 경상북도 김천시에서 태어났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로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며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고 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9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2. 작품 소개

 

1) 이토록 평범한 미래

 

동반자살을 기도하던 두 남녀가 시간을 거스르는 책을 읽고 현재를 살아가는 평범한 미래를 맞는 이야기

 

"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이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어릴 때 내가 상상한 미래는 지구 멸망이나 대지진,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나 제3차 세계대전 같은 끔찍한 것 아니면 우주여행과 자기 부상열차, 인공지능 등의 낙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함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2) 난주의 바다 앞에서

 

아들을 잃은 은정과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던 정난주가 두 번째 삶을 사는 이야기.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3) 진주의 결말

 

오랜 기간 치매 아버지를 간병하다 현주건조물방화죄로. 자유를 얻은 진주의 이야기.

 

"그 집에서 살 때, 이 이야기에도 결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빠가 죽어야만 끝나는 그 이야기에서 저는 어떤 결말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제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끝나버렸어요. 그래서 불을 질렀습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었어요. 이해만 있었죠. 그 순간 전 모든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진 거예요."

 

4)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여행진행자로 몽골에 갔다가 겹겹이 쌓인 시간들을 통해 삶을 이해하는 이야기.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른 모든 생명들에게 그랬듯 그들의 인생에도 시간의 폭풍이 불어닥쳤고, 그렇게 그들은 겹겹이 쌓인 깊은 시간의 지층 속으로 파묻히고 있었다.

 

5) 엄마 없는 아이들

 

엄마의 부재로 느낀 고통스러웠던 상실감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이야기.

 

연극이 끝났다는 것, 더 이상의 술자리는 없다는 것, 그리고 엄마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명준은 그렇게 상실을 받아들였다.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그렇게 엄마 없는 첫여름을 그는 영영 떠나보냈다.

 

6)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흐릿한 과거의 또렷한 현재로 체험되는 이야기

 

" 그 시절의 우리를 우리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상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다. 기억의 수명은 기억하려는 사람의 의지에 의해 결정되므로 의지가 없다면 기억은 사라진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 단 한 사람은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의 형식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은 '단 한 사람'이라는 형식을 통해 가능해진다. '단 한 사람'은 '그 한 사람'이 아니라 '단 하나 사람'이기 때문에 잊을 수 없는 것이고, 잊을 수 없기에 '단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7) 사랑의 단상 2014

 

사랑이 끝난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기억 이야기.

 

평생 삼천 명의 이름을 접한다고 해도 그중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단 한 명뿐이라고, 그  단 한 사람이 없어서 사람의 삶은 외로운 것이라고.

 

한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랑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만 잊어버릴 뿐이니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8)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광활한 시간의 영속성과 정신적 삶의 의미를 깨닫는 이야기.

 

생각이란 육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걱정과 슬픔, 외로움과 괴로움으로 이어질 뿐이지만, 그 생각이 사라질 때 비로소 정신의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 정신의 삶은 시간적으로도 또 공간적으로도 서로 겹쳐지며 영원히 이어진다는 것을. 그럼에도 이 현상의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나는 매 순간 육신의 삶으로 되돌아가 다시 기뻐하고 슬퍼하고 미워하고 화낼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겹쳐진 정신의 삶, 그 기저에 현존하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므로 나는 노력하기로 했지. 이 삶에 감사하기로. 타인에게 더 다정하기로. 어둠과 빛이 있다면 빛을 선택하기로.   

 

 

3. 마무리

 

김연수 작가가 이렇게 글을 잘 썼던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분명 예전에도 그의 작품을 많이 접했을 텐데 시간이 쌓여서인지 예전글에서 느끼지 못했던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타인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한 동질감이 제대로 와닿았다.

 

지난달에 제주도를 다녀와서 섬이 배경인 이야기들이 더 생생했고, 며칠 후면 친구가 몽골을 가기에 마치 시간을 관통해서 내가 책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김연수 작가의 예전 책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은 달리는 기차 안에서 읽었는데 언제 날 잡아서 조용한 곳에서 다시 몰입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한국 소설을 멀리했었는데 「이토록 평범한 미래 」같은 책이라면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시간과 기억과 그 속에 녹아 있는 타인이자 곧 내 삶인 이야기들. 결국 우리의 삶은 일상의 소중함 속에서 평범한 미래를 맞이하면서 삶의 가치를 깨닫는 게 아닐까 싶다.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평범한 미래 속에 얼마나 많은 삶의 의미가 녹아 있는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