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고전 책 앙드레 지드 좁은 문

일상책방 2024. 6. 30. 00:51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제목만큼이나 작품 속으로 들어가는 문도 매우 좁다. 예전에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전혀 기억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읽다 보니 어렴풋이 읽은 기억이 났다. 

 

한 번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좁은 문, 두 번을 읽어도 좁은 문에 한 발짝 겨우 밀어 넣은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좁은 문 책표지
좁은 문

 

 

1. 작가 소개

 

앙드레 지드(1869 ~1851)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1891년 「앙드레 발테르의 수기」로 문단에 데뷔한 뒤 북아프리카 여행 중 결핵을 앓고 나서 처음으로 삶의 희열과 동성애에 눈을 뜨고 마침내 모든 도덕적 종교적 구속에서 해방되어 돌아온다.

 

지드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쌓은 다양한 문학적 경험을 작품에 반영했으며 194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학과 현대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도덕적 종교적 문제들을 탐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2. 한 줄 요약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과  종교적 구원에 대한 이야기.

 

3. 줄거리

 

좁은 문은 알리사와 제롬의 사랑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사촌지간으로 어릴 때부터 서로를 사랑했지만 서로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제롬은 현실적인 사랑을 꿈꾸지만 알리사는 진정한 사랑은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결합이라고 믿으며 이를 통해 구원에 이른다고 믿는다. 제롬은 알리사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그녀의 낯선 모습이 고통스럽다. 결국 알리사는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하고 제롬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알리사를 기억하며 여생을 보낸다.

 

4. 감상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전소설이다. 역시나 프랑스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사랑이야기임에도 좀처럼 진도가 안 나간 이유는 중간중간 알리사가 제롬에게 보내는 편지와 마지막 부분에 알리사의 일기가 첨부되기에 온전히 읽어 내리기가 어려웠다. 

 

제롬은 한결같이 알리사를 사랑하지만 알리사에게 제롬과의 사랑은 언제나 후순위였다. 알리사는 처음에는 동생 쥘리에트가 제롬을 사랑하는 것을 알고 그와의 사랑을 포기하려고 했고, 쥘리에트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가자 이번에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제롬을 점점 멀리한다.

 

알리사의 희생이 전혀 숭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제롬을 대하는 알리사의 행동은 너무나 일방적이어서 이기적이게 느껴졌다.  자수정 목걸이를 하지 않으면 제롬이 바로 떠나야 한다거나, 자신은 편지를 쓰면서 제롬에겐 보내지 말라고 한다거나, 자신의 모든 상황을 제롬이 이해해 줬음에도 자신의 나이가 많아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거나 하는 등 읽는 내내 알리사의 감정을 이해하며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동생 쥘리에트처럼 현실을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는데 알리사는 제롬과의 현실적인 사랑이 두렵다. 제롬이 사랑했던 예전의 알리사와 지금의 자신은 다르다고 믿는다. 제롬이 아무리 자신의 사랑을 강조하고 죽는 날까지 자신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확신을 갖지 못한다. 현실적인 사랑은 서서히 약해지고 결국에는 추억만 남는다는 것을 믿기에 자신은 더 숭고한 사랑으로 오래 남기를 바랄 뿐이다.

 

기독교나 천주교를 다니면서 종교활동을 했다면 좀 더 공감이 되었으려나. 지드의 좁은 문에서 알리사는 파스칼의 팡세에서 큰 영감을 얻는다고 나온다. 파스칼의 팡세는 언젠가 읽어야 하지 하며 계속 미뤄뒀던 책인데 좁은 문을 통해서 잠시나마 엿보게 되니 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적 구원이야기는 와닿지 않기에 좁은 문처럼 겨우 발만 들여놓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고전을 우선순위로 읽으려고 한다. 읽고 나면 오래 기억되고 시간이 지나도 인간들이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인 가치들이 그 안에 다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드의 좁은 문도 분명 그랬을 텐데 나는 그저 알리사의 선택이 안타깝기만 했다. 종교적 구원의 힘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마력의 힘이 있는 건지. 종교적 사랑과 현실적 사랑이 균형을 이루는 게 진정한 구원이 아닐까 싶은 짧은 생각을 했다.

좁은 문은 읽기도 읽고 나서도 리뷰도 내겐 너무 좁은 문이다.

 

이 책은 금욕적인 사랑과 도덕적 갈등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구원의 문제를 깊이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