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최진영 단 한사람 소설 리뷰

일상책방 2024. 7. 27. 23:34

최진영 작가를 알게 된 건 최근이다.

한동안 한국 소설을 멀리 했다가 최근에 그녀의 이상문학상 작품 「홈 스위트 홈」을 읽고 관심이 생겼다.

인적으로 작년 이상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은 「홈 스위트 홈」도 좋았지만 그녀의 대표 자선작 「유진」이 더 와닿았다. 

 

세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동일한 인물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알게 해 준 작품이다.

그래서 최진영 작가의 다른 책을 찾다가 집 근처 도서관에 「단 한 사람」이 있길래 있길래 얼른 데려 왔다.

 

이번 책도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최진영 작가의 「단 한 사람」 속으로 들어가 보자.

 

최진영 단 한 사람 책 표지

 

1. 작가 소개

2006년 <실천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  <이제야 언니에게> 등이 있다.

 

만해 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2. 한 줄 요약

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

3. 줄거리 

「단 한 사람」은 일어났으나 일어날 수 없는 일에 이야기하고 있다.

장미수는 나무의 명령으로 꿈속에서 죽어가는 한 사람을 구한다. 여러 명이 아니라 단 한 사람을.

장미수의 딸 목화 또한 같은 경험을 하게 되고, 장미수의 엄마였던 임천자도 이미 이 일을 하고 있었다.

 

임천자의 단 한 명은 기적

장미수의 단 한 명은 겨우

신목화의 단 한 명은, 단 한 사람을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4. 작가의 말

열일곱 살부터 나에게는 나무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다음에도 자주 오가는 산책길이나 버스정류장, 주기적으로 들르는 장소마다 나무 친구를 두었습니다.

 

나무

 

제주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매일 저녁 산책을 했습니다. 당시 산책길에 팽나무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나무 근처에는 사람이 만든 안내판이 있었고 나무들의 수령이 적혀 있었습니다.

 

수령은 대개 300년이 넘었습니다. 300년 동안 나무는 그곳에서 다 봤을 겁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악행을, 나약함을, 순수함을, 서로를 돕고 아끼는 모습을, 사랑하고 기도하다 어느 날 문득 사라져 버리는 찰나의 삶을.

 

5. 감상

 

나무를 보면서 이런 소설을 구상하고 써냈다는 게 경이롭다.

나무를 보면서 사람을 생각하고 삶과 죽음을 떠올리고. 결국 삶과 죽음은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는 일은 자신을 완전히 소진하는 일이다.

이왕이면 더 나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면 좋으련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나무의 소환에 응하고 중개만 할 뿐 내 의지대로 구하고픈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기에 설사 죄인이라고 해도 그의 목숨을 구해야 하는 게 숙명이다.

더 나은 사람을 구할 수도 있는데 내 의지는 작용되지 않는다.

오직 나무가 선택한 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겐 단 한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값지게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

어쩌면 나를 구하기 위해 누군가가 자신을 온전히 바쳐 지금 이 시간을 내게 주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끔 거창한 삶을 꿈꾸고 주어진 삶은 쉽게 허비하곤 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느라 내 삶에 대해선 한없이 초라하게 느끼며 이번생은 가망 없다고 한탄하며 허송세월을 보낸다.

원하는 삶을 사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지금의 삶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면 좋은 삶이 있듯이 좋은 죽음도 있다. 굳이 되살리지 않아도 좋을 죽음.

이번 생에서 사소한 기쁨을 누리고, 후회 없이 사랑하고, 진심 어린 태도로 삶을 아끼고, 어느 순간 서서히 놓아준다면 내가 원하는 삶, 원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영 작가의 작품에는 죽음이 많은 화두가 되는데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죽음이 예정된 삶이지만 오히려 삶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배우게 된다.

 

언제가 예상치도 못 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허투루 보낼 시간이 없기에 우리는 오늘을, 지금의 내 삶을 무엇보다 소중히 아끼고 가꿔야 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단 한 사람이다. 그 누구로 대체될 수 없는 단 한 사람.

그래서 오늘도 묵묵히 뿌리내리고 제 자리를 지키고 살아내는 나무처럼 내 삶을 견디고 뿌리내려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