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조정래 황금 종이

일상책방 2024. 9. 8. 17:40

요즘에는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내내 읽지 못했던 책들을 주로 접하고 있다.

조정래의 황금 종이도 마찬가지이다.

한동안은 잊고 있다가 우연히 지하철역 스마트도서관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대출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1편만 빌렸는데 가독성이 좋아서 생각보다 빨리 읽었다.

2편이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내친김에 2편까지 내리읽게 되었다.

 

조정래 황금 종이

 

1. 작가 소개

 

조정래 (1953 ~  현재)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작가정신의 결집체라 할 수 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한강」은 20세기 한국 현대사 3부작으로 1천5백만 부 돌파라는 한국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수립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 오페라, 뮤지컬 등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2. 한 줄 요약

 

돈은 인간의 실존이자 부조리다.

 

3. 줄거리

 

돈과 관련된 다양한 사건들이 나온다.

자식이 부모 유산을 둘러싸고 서로 갖겠다고 난리 치는 건 이젠 기사거리도 못 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돈 앞에서는 부모도 자식도 예외가 아니다. 

 

돈은 신이자, 인간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힘을 과시하며  줄기차게 우리를 지배한다.

돈 때문에 생기는 비극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돈이 많아도 돈이 없어도.

 

주인공 이태하는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변호사이다.

대학생 때 운동권이었던 그는 검사 시절 재벌 수사를 맡으면서 정의를 외치다가 현실과 이상이 다름을 온몸으로 느끼고 변호사를 개업하게 된다.

재벌의 방해로 굵직한 사건은 못 맡고 그저 힘없는 사람들 편에서 소신껏 바르게 일하는 모범적인 변호사다. 

 

이태하 변호사는 강제로 받게 된 수임료 5억에서 운동권 선배의 치료비를 위해 선뜻 1억을 내놓는다. 자식들의 유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보다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는 아직 정의가 살아 있음을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다. 

 

반대로 돈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태하 변호사의 친구 박현규네 가족사가 제일 비극적으로 다가왔다.

박현규는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이사로 호탕한 성격이다.

 

그의 딸은 연애를 하다가 남자 친구 집안이 망하자 하루아침에 이별을 고하고는 새 남자 친구를 만난다.

그것도 재벌급 집안의 남자를. 박현규의 아내는 물론, 박현규도 딸이 부잣집으로 시집간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전 남자친구다.

도저히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박현규의 딸을 스토킹하다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긴 걸 알고 끝내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른다.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박현규는 쓰러져 병원신세를 지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된다. 다 돈 때문에.

 

억울한 사연도 있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하루아침에 월세를 4배나 올려달라는 폭탄선언을 받고 눈이 뒤집히는 식당 주인이다.

사정을 해도 소용없고 월세를 못 내면 쫓겨날 판, 피도 눈물도 없이 배짱만 부리는 건물주를 쇠망치로 내리쳐 다치게 한 식당주인 강남길. 월세 4배의 억울함을 그렇게 풀었다.

 

부모가 물려준 유산 그것도 일반 사람들은 생전 만져볼 수도 없는 몇 백억대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람

재벌 앞에서는 변호사도 한낱 노리개일 뿐인 장면들

얼마 안 되는 유산이어도 서로 가지겠다고 피 터지게 싸우다 결국 서로 남남이 되는 가족들. 

 

돈과 얽힌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운다.

 

 

4. 돈의 마력과 인간사회

 

돈이 있은 이후에 인간 사회는 줄기차게 돈에 지배되어 왔다.

인간 사회를 지배해 온 두 개의 권력은 정치와 종교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지배하는 권력이 있다. 그것이 돈이다.

 

자본주의는 돈의 위력과 만능성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어 올린 주의다.

그것은 곧 인간 스스로 돈의 노예화를 선언한 것이다.

모든 종교의 신들은 다 죽었고, 생살여탈권을 가지 돈만이 오로지 살아 있는 신이다.

5. 감상

 

가볍게 시작했다가 묵직하게 마무리한 책이다.

앞 부분은 문체가 올드하게 느껴졌고 중간부분부터 몰입감이 있어서 쓱쓱 읽혔다.

 

마지막 부분 에피소드는 읽고나서도 찝찝한 기분이 계속 들었다. 

젊은 20대 여성이 돈 때문에 늙은 회장을 간병한다는 게 내내 걸렸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딸을 그런 자리로 내몰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계속 맴돌았다.

 

돈에 대해 생각했다. 큰 돈은 큰 싸움을 작은 돈은 작은 싸움을 만든다. 그렇다면 애초에 돈이 없으면 싸움이 안 일어날까? 아마도 돈이 없어서 이미 무슨 사단이나도 났을 것이다.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어마머마하다.

 

이 책에 나오는 몇 백억 하는 돈은 현실감이 없었다. 주변에 그런 돈을 가지고 있는 부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 돈은 그저 숫자로만 존재하는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그런 사람들이 내 주변에만 없을 뿐 다른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 싶었다.

 

그 정도 돈이면 행복할 것 같은데? 모르겠다. 돈은 만족을 모르는 욕망 덩어리라 십억, 백억이 있어도 여전히 적다고 느끼게 하고 더 많이 가지라고 인간을 조종하니 말이다. 

 

돈이 없으면 매우 불편한다.

큰돈도 그렇지만 생활비기 부족할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강남 집값이 몇 십억 한다는 건 다 남의 일 같아서 부럽기도 하지만 그냥 또 잊고 산다.

나는 다만 먹고사는데 들어가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대부분 싸움의 원인은 돈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 웬만하면 해결된다.

속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봉합된 듯 보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처음엔 작은 돈이면 해결되었는데 점점 갈수록 큰돈이 필요하게 된다. 

 

주변에 손 벌리는 것도 처음이 어렵지 나중에는 당연시 여기고, 그러다 안 빌려주면 서운하네 어쩌네 하면서 인연을 끊게 된다.

빌려 준 돈을 받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냥 준다는 생각 아니면 애초에 돈거래는 안 하는 게 진리이다.

 

그래도 성격상 도저히 거절할 수 없다면 핑계를 대라. 부동산을 사느라 목돈이 들어가서 현금이 없다든지,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했다가 망했다든지,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나도 어려우니 빌려달라고 하면 다시는 돈 얘기를 안 할 것이다.

 

돈이 행복과 비례하는 건 맞지만 돈을 버는 만큼 주변도 둘러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돈의 주인이 되어야지 돈이 내 의식을 지배하도록 그냥 두면 나는 그저 한낱 돈의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

 

돈은 살아가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돈돈 하는 사람 중에 잘 사는 사람을 못 봤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언젠가는 다 놓고 가게 되어 있다.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할 정도의 돈만 있으면 살아가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

신체건강, 정신적인 여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야말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도 맞지만 내가 하는 일이 이미 누군가를 돕는 일이라면 돈 보다 더 큰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