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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산문집 베스트셀러 허송세월

일상책방 2024. 9. 29.

소설이 아니고 산문집이었네!   

그럼에도 베스트셀러라니 확실히 파워가 있는 작가이다.

 

김훈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칼의 노래」였고 최근에 「하얼빈」을 읽었는데 인간 안중근의 고뇌가 담백하게 전해졌다. 영웅이 아닌 고뇌하며 살아야 하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안중근.

 

하얼빈을 읽고 김훈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봐야지 생각하던 차에 허송세월을 알게 되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가장 최근작인 산문집 「허송세월」을 소개하고자 한다.

 

허송세월

 

 

1. 작가 소개

 

김훈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오랜 시간 신문사에서 재직했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 「하얼빈」 산문집 「연필로 쓰기」 여행에세이 「자전거 여행」등이 있다.

 

2. 한 줄 요약

 

허송세월이라 쓰고 삶의 고찰이라고 읽는다.

 

3. 책 속으로

 

-앞에-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몇 줄의 정보로 변해 있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사물화 되어 있고 사물화 된 만큼 허구로 느껴지지만

죽음은 확실히 배달되어 있고, 조위금을 기다린다는 은행계좌로 찍혀 있다.

 

부고를  받을 때마다 죽음은 이행해야만 할 일상의 과업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속수무책이다.

 

- 재의 가벼움-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벗들한테서 소식이 오는데, 죽었다는 소식이다. 

살아 있다는 소식은 오지 않으니까, 소식이 없으면 살아 있는 것이다.

 

죽으면 말길이 끊어져서 죽은 자는 산 자에게 죽음의 내용을 전할 수 없고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인지할 수 없다.

인간은 그저 죽을 뿐, 죽음을 경험할 수는 없다.

 

가볍게 죽고, 가는 사람을 서늘하게 보내자. 

가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의술도 모두 가벼움으로 돌아가자.

 

이 가벼움으로 삶의 무거움을 버티어 낼 수 있다. 결국은 가볍다.

 

-보내기와 가기-

 

요즘엔 문상 가는 일이 잦아졌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죽으면 순서대로 가는구나 싶고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죽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나와 동갑내기가 죽었다고 하면 올 것은 기어이 오는구나 싶다.

 

-형용사와 부사를 생각함-

 

가난함을 빈곤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가난을 모른다.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겪는 삶은 빈곤이 아니라 가난함이고

차별받는 사람이 원하는 세상은 평등이 아니라 평등함이다. 

 

-난세의 책 읽기-

 

독서는 쉽고 세상을 헤쳐 나가기가 더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살이는 어렵고, 책과 세상과의 관계를 세워 나가기는 더욱 어려운데

책과 세상이 이어지지 않을 때 독서는 괴롭다.

 

세상의 길과 이어지지 않는다면 책 속에 무슨 길이 있겠는가.

 

-여덟 명의 아이들을 생각함-

 

불완전한 세상에는 그 불완전을 살아 내는 불완전한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허약하지만 소중하다.

 

-호수공원의 봄 2-

 

꽃 핀 나무 아래서 온갖 냄새들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노년은 늙기가 힘들어서 허덕 지덕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아기들이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이 미세먼지 속에서 아기들이 태어나서 젖토한 냄새를 풍겨 주기를 나는 기다린다.

 

이 마지막 한 문장을 쓰기 위하여 나는 너무 멀리 돌아왔다.

 

 

4. 감상

 

김훈 작가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책으로만 접하기에 언제나 낯설고 멀게 느껴졌는데 생활인으로서 김훈의 참모습을 엿본 느낌이다.

 

특히 겪은 일은 겪은 대로 쓴 저승에 다녀온 이야기를 읽다고 이렇게 사실적으로 묘사해도 되나 싶었다.

나였으면 작가라는 타이틀에 병원생활도 어떻게든 미화시켰을 텐데 모든 수식어를 뺀 환자 김훈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그래서 또 감탄한다.

 

작가는 허송세월하느라 바쁘다고 했지만 그가 지나온 시간 속에서 삶의 통찰을 느낀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 순간 삶은 퍼덕였고 지난한 세월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으리.

 

작가의 대표작인 「하얼빈」 「남한산성」을 스스로 졸작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당당해 보였다. 숨기거나 꺼릴 게 없을 테니 말이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탄탄한 문체들, 거기에 녹아 있는 삶의 성찰.

이 모든 것들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원동력이리라.

 

특히 내 새끼만 중요한 풍조에 사회가 병들어감에 아차 싶었다.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자 잘못이기에 반성해야 한다.

 

내 새끼와 아동보호가 이렇게 큰 차이가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아동보호라고 적혀 있는 어린이집 차와, 아이가 타고 있어요의 일반 승용차.

어감에서부터 차이가 남을 확실히 느끼게 됐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작가의 소망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 땅의 아이들이, 젊은이들이 더 이상 다치거나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은 그런 사회.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에둘러 먼 길을 왔는지도 모른다.

 

연륜 있는 작가들의 글에서는 삶의 향기가 난다. 

지금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진짜 소중한 걸 놓치고야 마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단속시켜 주는 기분이다.

 

이기심을 조금이나마 벗고, 이타적인 삶을 지향해 본다.

 

아기들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어디서든 시시때때로 들리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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