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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단편소설집 아무도 아닌

일상책방 2024. 11. 1.

소설 공부를 하는 친구를 통해 황정은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계통에서는 꽤나 유명한 촉망받는 작가이고 젊은 작가상도 수상할 만큼 

인지도도 있다는데 나는 낯설었다.

 

한동안 한국 소설을 멀리했던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작정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아무도 아닌 소설집에는 총 8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전반적인 기조는 어두웠다.

 

우울할 때 읽으면 더 우울해지고 들떴을 때 읽으면 감정이 차분해질 듯하고

계속 읽다 보면 내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고통에 돌아보게 된다.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고 답답했지만 고통받고 외면받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황정은 소설집 아무도 아닌

 

소설집 「아무도 아닌」은 황정은 작가가 2012~2015년에 발표한 여덟 개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다.

 

2014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누가」, 2014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상류엔 맹금류」, 201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上行」이 수록되어 있다.

 

1. 목차 및 내용

 

1)上行

 

오제와 함께 시골에 내려가 고추를 따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이야기. 

 

시골집을 지키는 지키는 노부인과 새 고모의 소외된 삶이 스산한 느낌을 주었다.

 

2) 양의 미래

 

지하서점에서 일하던 나가 소녀의 실종을 목격한 이야기

 

소녀의 실종에 대해 내가 갖는 죄책감. 나는 그저 일하고 있었을 뿐인데. 

소녀도 나도 주류가 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소녀의 실종은 나를 잃어버림과 같게 느껴졌다.

 

3) 상류엔 맹금류

 

주인공이 한때 연인이었던 제희의 부모와 함께 수목원 나들이를 갔던 날을 회상하며 쓴 이야기.

 

부모의 고집과 무리한 요구를 묵묵히 참고 견디는 제희가 참...애달프다. 

 

4) 누가

 

조용한 집을 찾아 이사했으나 첫날부터  예상치 못한 소음에 시달리는 이야기.

 

제일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공동주택에서의 소음은 정도만 다를 뿐 누구든 예외일 수 없으니 말이다.

 

5) 명실

 

주인공 명실이 단 한번도 출간한 적 없는 실리가 남긴 책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이야기.

 

자신의 할머니가 된 줄도 모르고 갇힌 삶을 선택한 명실. 버릴 건 버리자. 그게 책이든 욕심이든 우정이든

 

6)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가 바르샤바를 여행하며 서로를 잃어버리는 이야기

 

무심한 듯 이야기는 흘러가지만 아내가 여권을 분실했을 때 남편은 폭발하고 결국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아내는 기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미처 깨닫지 못한 남편은 기차가 떠난 후 아무것도 소지한 게 없는 기차와 함께 떠난 아내를 떠올린다.

 

내가 다 하는데, 그거 하나 못해서 결국 이 사단을 만들다니.

 

아내를 향한 남편의 분노는 결국 아내가 낯선 곳에서 혼자 떠나게 만들었고 남편도 혼자 남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서로를 잃은 것이다. 어쩌면 어린  아들이 죽은 그 시점부터인지도 모르겠다.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위태로운 관계는 언제든 금이 가게 마련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7) 웃는 남자

 

죽은 것과 다름없는 갇힌 삶을 살며 만약 그때 그랬으면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제목과 다르게 내용은 암담하다. 생곡으로 연명하는 나와, 우울증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와 사는 아버지.

누군가의 죽음이 내 책임은 아닌데 왠지 오래도록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다.

그때 내가 끝까지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면, 그때 내가 버스를 타지 않았다면, 그때 내가...

 

8) 복경

 

백화점 판매원으로 일하며 그저 웃는 나의 이야기

 

손님들의 갑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분야 최고의 매니저가 근처 지하상가에서는 그들보다 더한 갑질 손님으로 분한 것이다. 첩이 첩 꼴을 못 본다는 속담이 딱 떠올랐다.

 

감상

 

인물들 모두에게 결핍이 느껴진다. 중심에서 조금은 빗겨 난 비주류 같은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이 인물들에게 공감이 되는 건 그들 중 내가 우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상 속에서 아차 하는 순간에 예기치 못한 상황을 누구든 맞닥뜨릴 수 있기에 나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과거에 매몰되어 정지된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도 이유는 있을 터이니 어설픈 기준으로 왈가왈부하면 안 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여기에서의 나와 저기에서의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황정은 작가의 인물들을 색으로 표현하면 회색이 떠오른다. 검정에 더 가까운 진한 회색.

흰색에 가까운 회색이 될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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