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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

일상책방 2024. 5. 16.

설명이 필요 없는 카프카의 변신. 나이에서 앞자리가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읽게 되는데 그때마다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더 깊어진다. 다음번에는 그레고르와 내가 동일시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카프카의 변신
카프카의 변신

 

 

1. 한 줄 요약

 

가족을 위해 희생했지만 벌레로 변한 후 가족에게 외면받는 그레고르의 이야기

 

2. 줄거리

 

그레고르는 외판원으로  가족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산다.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흉측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레고르는 여전히 가족들은 사랑하지만 가족들은 그를 외면하고 기피한다. 그레고르는 가족들을 위한  자신의 희생이 덧없었음을 깨닫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죽음에 안도하며 활기를 되찾는다.

 

3. 벌레의 의미

 

왜 하필 벌레였을까? 벌레하면 제일 먼저 징그럽다, 끔찍하다, 무섭다 등 부정적인 단어가 떠오른다. 인간과 벌레는 함께 공존하면서 살지만 같은 공간에서 더불어 살 수 없는 극과 극의 관계이다.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벌레는 흉측하고 더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레고르를 벌레로 변신시키면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그레고르를 피하는 가족들을 통해 가족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장치로서 그 역할을 다하게 했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소외당하는 현상을 말하고자 주인공을 벌레로 변신시켰음을 짐작해 봄이다.

 

4. 그레고르와 가족들과의 관계

 

벌레로 변신하기 전 그레고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다. 부모를 대신해 직장을 다니면서 가족들의 빚을 갚았고 그들의 행복한 모습에 기쁨을 느꼈다.

 

벌레로 변신한 후 더 이상 그레고르가 돈을 벌지 못하자 가족들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무기력했던 아버지가 은행 수위로 취직하고, 어머니와 여동생도 처음으로 밖에 나가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레고르가 힘겹게 이어갔던 가장의 무게가 가족들에게 골고루 분산된 것이다. 

 

그레고르가 변신하지 않았으면 가족들은 여전히 그레고르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을 것이며, 그 누구도 돈을 벌겠다고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들의 행복한 변화로 이어진다. 

 

5. 가족을 위한 희생은 당연한 걸까?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이다. 벌레로 변신한 후에도 여전히 가족들을 사랑하고 걱정하지만 그들에게 그레고르는 그저 기피의 대상이자, 불행의 근원, 쓸모없는 귀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벌어오는 돈으로 안락함을 추구했고, 그레고르는 돈을 벌어 가족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을 신나 했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하자 철저하게 무관심해진다. 처음에는 울고불고 안타까워하며 돌보는 척했지만 끝내 철저히 소외시키고 등한시한다.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한 후에야 가족을 향한 자신의 희생이 덧없음을 깨닫게 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부모는 언제든 그레고르가 될 수도 있다. 부모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외면받기 일쑤고, 소통의 부재로 철저히 고립될 확률이 크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결국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심적으로 의지는 하되 일방적인 희생은 하지 말자. 가족 구성원 모두 제 역할을 할 때 더 건강한 가족이 되는 법이다.

 

6. 주변에서 흔히 보는 그레고르

 

이번에 변신을 읽을 때는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특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집안의 가장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일하느라 아이들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소통의 부재로 인해 돈 버는 기계로 전락했다면 너무 심한 비유일까?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  

 

또한 한 때는 누군가의 아버지였겠지만 지금은 노쇠해서 사회적으로 그레고르가 되어버린 어르신들도 문득 생각났다. 그분들 중에는 가족들은 물론이고 사회에서도 단절된 채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이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의 삶과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을까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병들거나 경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노년의 삶은 가족 내에서도 외면받으며 사회적으로도 단절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한때 가족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을지라도 말이다. 

 

 

7. 희생보다 이기적인 행복이 낫다

 

그레고르처럼 되지 않으려면 무조건적인 희생보다는 나만의 행복부터 챙겨야 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제일 중요한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내가 행복해야 주위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전하고 나눌 수 있는 법이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말하지 않고 혼자만 인내하면 희생한 사람만 억울할 뿐 시간이 지나면 희생에 대한 기억은 잊히기 마련이며, 희생이 아닌 생색으로 왜곡될 수도 있다. 결국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게 되고 공동체 안에서 더 고립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나하나 참으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나 혼자 참는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상황은 절대 오지 않는다. 계속 나만 힘들 뿐이다. 나만의 가치를 추구하며 이기적으로 살더라도 희생만 하다 소외당하는 삶보다 낫다. 누군가의 희생과 불행을 발판으로 한 행복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내가 행복해야 내 주위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타인에게도 행복을 전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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