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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일상책방 2024. 5. 12.

클레어 키건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아일랜드 작가라고 하는데 문장이 간결하고 단편 정도의 분량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읽기 전에는 몰랐는데 제목이 내용이랑 찰떡궁합이다. 사소한 것들이 삶에서 어떻게 큰 힘을 주는지 자연스레 빠져 들게 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표지
이처럼 사소한 것들 표지

 

1. 한 줄 요약

 

늘 낮은 자세로 살던 펄롱이 용기를 내어 더 나은 삶을 살 게 되는 이야기

 

2. 인물 소개 

 

펄롱 - 주인공

 

마흔을 앞둔 사십 대 남자이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언제나 낮은 자세로 살았다. 지금은 결혼을 하고 딸 다섯을 둔 어엿한 가장으로 사람들과 척지지 않으며 혹독한 시기를 견디며 버티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수녀원 창고에 갇힌 한 아이를 만나게 되면서 그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펄롱은 거대 권력인 수녀원에 맞서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용기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자기보호 본능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결국 펄롱은 자신의 삶에서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어 아이를 구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에  젖는다. 

 

미시즈 윌슨 - 대저택의 주인

 

가족들도 외면한 펄롱의 엄마를 끝까지 거둔다. 펄롱을 돌보며 잔심부름도 시키고 글도 가르쳐준 사람이다. 후에 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떠올리며 그녀가 날마다 보여준 친절과 어떻게 자신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고 회상한다.

 

펄롱의 엄마 - 미시즈 윌슨의 가사 노동꾼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가사 노동을 담당하다 16살에 임신을 한다. 펄롱에게 끝내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 주지 못하고 펄롱이 열두 살이 되던 해 돌길 위에 쓰러져 갑자기 사망한다

 

네드 - 미시즈 윌슨의 농장 일꾼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오랜 시간 농장 일꾼으로 일하며, 펄롱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

 

그 외, 펄롱의 아내와 다섯 딸들, 수녀원 원장, 이웃 사람들.

3. 책 속으로

24쪽)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 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29쪽)

늘 이렇지, 펄롱은 생각했다.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대로 마찬가지일까

 

44쪽)

일 그리고 끝없는 걱정.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무너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56쪽)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111쪽)

왜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가장 보기 어려운 걸까?

 

119쪽)

문득 서로 돕지 않느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0쪽)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4. 마무리

 

펄롱처럼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살면서 용기를 내는 건 어렵지만 특히 펄롱처럼 낮은 자세로 평생을 산 사람들이 용기를 내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펄롱은 용기를 내어 소녀를 구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으면 더 옛날이었으면 지금 펄롱이 구하는 그 아이는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펄롱은 알고 있었다. 용기를 낸 대가는 가혹하지만, 용기를 내지 않은 대가는 더 가혹하리라는 것을. 평생 자신을 괴롭히며 그때 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와, 하지 않은 일 때문에 행복한 순간이 와도 마음껏 기뻐할 수 없으리란 것을.

 

펄롱은 수녀원에 감금되었던 소녀를 구하고서 깨닫는다. 사소한 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듯이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깨달음을 말이다.

 

결국 작가는 우리가 매일 하는 어떤 사소한 말, 행동 또는 일상들이 결국 사소한 게 아니며 그 안에서 서로 돕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용기 있게 행동할 때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사실 이 소설에서 제일 부러운 인물은 미시즈 윌슨이었다. 미시즈 윌슨의 선행으로 펄롱과 펄롱의 엄마는 살 수 있었고, 그 영향으로 펄롱은 평생에 가장 큰 용기를 내어 비로소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펄롱은 아버지를 모른다. 평생 궁금했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미시즈 윌슨 친척 중 한명일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우연한 기회에 펄롱은 생판 남을 통해서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다. 바로 미시즈 윌슨네에서 농장일을 봐주던 네드였다.

 

네드는 펄롱이 더 나는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자 오랜 세월을 견뎠다. 네드가 했던 사소한 것들, 펄롱의 구두를 닦아주고 구두끈을 매 주고 첫 면도기를 사주고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사람. 펄롱은 그 세월 내내 자신의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보았던 네드의 행동이 바로 나날의 은총이었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가는 여정이 비교적 평탄함에도 이야기에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큰 힘이 있다. 술술 잘 읽히는 반면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땐 커다란 울림이 진하게 다가온다. 인생은 이렇게 사소한 것들의 집합체로 흘러가지만 서로 돕지 않는다면 무의미 할 뿐임을 독자로 하여금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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