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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번아웃 - 휴남동 서점

일상책방 2024. 5. 3.

당장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 억지로 웃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정말 하기 싫다는 말을 계속 되뇌이며 버티는 중이다. 작년 이맘때도 심하게 번아웃이 와서 겨우 위기를 넘겼는데 이제는 정말 떠날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 번아웃 - 휴남동 서점
직장인 번아웃 - 휴남동 서점

 

늘 하던 일이라 평소하던 대로 할 수는 있지만, 일을 할수록 나 자신이 점점 소모되어 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나만의 소신과 나름의 교육 철학과, 긍정적 에너지라는 삼박자가 맞물려 돌아가야 지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핸드폰으로치면 배터리가 방전되기 일보 직전이다. 이미 번아웃도 한번 경험한 터라 아무리 충천을 해도 절대 100%가 될 수 없다. 마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주인공 영주처럼.

 

영주도 그랬다. 한 때는 워커홀릭이었지만 번아웃이 심하게 온 후 성공가도를 달리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릴 적 꿈인 서점을 차린다. 남편과 이혼까지 감행하면서. 텅 빈 서점에 천천히 책장이 채워지듯 영주의 지친 마음도 서서히 회복되어 간다. 

 

민준은 어릴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인서울 대학을 졸업했다. 단추는 잘 만들었지만 맞는 단춧구멍이 없어서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다. 휴남동 서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인생의 속도를 늦춰도 괜찮다는 걸 깨닫고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이 책이 나름 위안이 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 건 일과 꿈의 관계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잘 풀어냈기 때문이다.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대부분은 생계유지를 위해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게 일이다. 그렇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그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노동의 한계를 초과하면 결국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돼 버린다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마치 영주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견디는 힘이 조금 더 오래갈 뿐, 좋든 싫든 일은 일이다. 그나마 일이 좋아지려면 조금이나마 재미있어지려면 일의 양이 적당한가를 파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나의 노동량은 하루에 네다섯 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해 쓰고 싶은데 애초에 그런일은 소득이 적어서 생계유지가 어렵거나, 아니면 이미 경제적 자유를 이룬 상태에서 일이 취미이거나 이러지 않고서는 존재하기 힘들다.

 

그리고 영주의 말처럼 인생은 꿈이 다가 아니다. 꿈을 이뤘다고 마냥 행복해지기엔 삶이 좀 복잡하니 말이다. 꿈을 이루고 행복한 순간들도 분명 존재하지만, 꿈을 이루고 시간이 지나면 그 기쁨이 점점 희색 되어 결국 무뎌지는 느낌도 경험하게 된다.      

 

애초에 꿈을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집 등 이런 목표로 설정했기에 이루고 나면 허탈해지는 기분이 드는 게 당연하다. 수능이 끝나고 아이들은 해방감을 느끼지만 이제 시작임을 어른들은 알듯이, 꿈을 혹은 목표를 이루고 나면 더 큰 도전과제가 눈앞에 있고 또다시 맹목적으로 달려야 하고. 그러다 지치고.

 

그런 삶은 아무리 달려도 앞이 안 보인다.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브레이크 없이 달리다 보면 결국엔 탈이 나게 마련이다.  

 

이제 그런 삶에서 벗어나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볼 때가 됐다. 일과 삶의 경계, 돈과 일의 관계를 적절히 지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일을 하고 나면 피로만 남는 게 아니라 뿌듯함이 함께 따라오고, 돈 때문에 일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니 돈이 따라온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그런 삶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번아웃이 왔을 때, 살면서 힐링이 필요할 때,  나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고 싶을 때 언제든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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